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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역할 놀이'가 자기조절력에 미치는 과학적 효과

mynews67902 2025. 9. 11. 19:38

유아기는 상상력이 폭발하는 시기이며, 이때 가장 두드러지는 활동이 바로 역할 놀이(role play)다. 아이는 의사·선생님·부모·동화 속 주인공 등 다양한 인물이 되어보고, 상상 속 상황을 만들어 친구나 부모와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놀이가 단순히 재미를 주는 활동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발달과학적 관점에서는 아이의 자기조절력(self-regulation)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기조절력은 감정·행동·사고를 조절하는 능력으로, 학습 성취와 사회성 발달의 기초가 된다. 그렇다면 유아기의 역할 놀이는 어떻게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강화하는 과학적 도구가 되는 걸까?

 

실행 기능 발달과 역할 놀이

자기조절력은 뇌의 **전전두엽(executive function)**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역할 놀이를 할 때 아이는 단순히 대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캐릭터의 행동을 계획하고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 역할을 맡은 아이는 진료 상황을 상상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 역할을 하는 친구와 대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작업 기억(working memory), 억제(control), 전환(flexibility) 같은 실행 기능이 동시에 사용된다.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 역할 놀이 경험이 많은 아동은 그렇지 않은 아동보다 학령기에 자기조절 점수가 높게 나타난다. 즉, 역할 놀이는 전전두엽 발달을 자극하며 자기조절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감정 조절과 사회적 규칙 학습

역할 놀이는 아이에게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하고 조절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엄마 역할’을 하며 인형에게 밥을 주는 장면에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돌볼 때 느낀 감정을 재현하고 내면화한다. 또한 ‘경찰’이나 ‘교사’ 역할에서는 사회적 규칙을 흉내 내며 준수하는 훈련을 한다. 예를 들어 “차례를 지켜야 돼”라는 대사를 하면서, 실제로 자기 행동을 억제하고 규칙을 지키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조절력의 정서적·사회적 측면을 동시에 발달시키는 과정이다. 감정 폭발이나 충동을 그대로 드러내기보다, 역할 속 규칙을 통해 행동을 조율하는 경험은 장기적으로 공감 능력과 사회적 적응력을 높인다.

 

상상력과 규칙 간 균형 훈련

자유로운 상상은 자기조절과 상충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둘의 균형이 훈련된다. 아이가 ‘해적’ 역할을 하며 친구와 모험을 떠날 때, 지나친 공격성을 억제하고 역할 속 규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은 충동 억제와 상상력의 조화를 훈련한다. 발달심리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가상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자기 통제가 필수적이다. 즉, “나는 진짜가 아니라 의사 역할이야”라는 자기 인식이 생기면서, 욕구를 즉각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게 된다. 이는 훗날 학교에서 과제를 끝까지 수행하거나 친구와 협력하는 능력으로 연결된다.

 

뇌 과학적 근거: 도파민과 보상 회로

역할 놀이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한다. 놀이 속에서 성취를 경험할 때 뇌는 도파민을 분비하고, 이는 긍정적 학습 경험을 강화한다. 특히 반복되는 역할 놀이에서 아이는 실수 → 수정 → 성취의 사이클을 경험하며, 자기조절 행동이 강화된다. 이는 뇌가 “조절했을 때 보상이 따른다”는 회로를 학습하는 과정이다. 단순한 지시나 훈계가 아니라 놀이를 통한 자기조절은, 즐거움과 결합되어 지속성이 높아진다. 결국 역할 놀이는 뇌 발달 차원에서도 자기조절력을 내재화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유아기의 역할 놀이는 단순한 흉내 내기 놀이가 아니다. 실행 기능 발달, 감정 조절, 사회적 규칙 학습, 상상력과 충동 억제의 균형, 뇌의 보상 시스템 강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자기조절력을 길러주는 과학적 기반이 있다. 부모가 이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아이는 놀이를 통해 스스로를 조절하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적응하는 힘을 얻게 된다. 결국 역할 놀이는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자연스럽고 즐거운 훈련 도구이며, 장기적으로 학습 성취와 사회성 발달을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된다.